순 우리말에 " 시나브로 " 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 이라는 뜻으로 사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그리 많이 쓰이는 표현은 아니다. 하지만 이 표현을 문득 떠올리게 하는 선수가 나타났으니 " 시나브로 " 부천FC의 핵심선수로 자리 잡기 시작한 강우람이다.
후반기 합류한 많은 선수들 틈에서 발견한 이 낯선 이름은 어느덧 공수를 넘나들며 경기 기록관을 바쁘게 하는 활약 탓에 자연스레 부천 팬들에게 소중해진 이름이 됐다. 약간은 과묵한 성격으로 인해 쉽게 들을 수 없었던 이 " 바람의 전학생 " 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반갑다. 자기 소개 좀 해 달라.
올시즌 후반기부터 부천FC에서 뛰게 된 강우람이라고 합니다. 저는 중학교까지는 고향인 제주도에서 서귀포초등학교, 서귀포중학교를 다니고 고등학교 때부터 객지생활을 시작해서 광운대학교를 졸업하고 올 해 전반기까지 미포조선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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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인터뷰 중 가장 긴 자기 소개였다. 비도 오는 데 이런 날 연습하는 게 어떤가.
솔직히 오늘 비도 많이 오고 그래서 약간 귀찮은 면도 없지 않았는데 막상 나와서 동료들하고 훈련도 하고 그러니까 기분도 좋고 뿌듯하다.
올 해 부천에 오게 되었다. 부천 행 말고도 군 문제를 해결하는 다른 방법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오게 된 것인지.
아, 부천에 연고는 없지만 친한 아는 분들이 부천에 많이 거주 하고 있다. 대학교 때부터 잘 돌봐주시던 분들이 있는데 지금 부천에 살고 계신다. 친형 같은 분이 계신데 학교 다닐 때도 훈련이 없을때면 항상 부천에 와서 생활 하곤 했다.
숙소 생활을 한다고 들었다. 평소에는 어떻게 지내나.
솔직히 숙소 생활을 하긴 하지만 방금 말했던 친한 형네 집에서 거의 항상 잔다. 숙소를 안 가는 것은 아닌데, 잠은 주로 그 친한 형네 집에서 잔다. 외박을 많이 해서 좀 숙소 형들에게 미안하긴 하다.(웃음) 생활하는 데 불편하고 그런 것은 전혀 없다.
그렇다면 팀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처음에야 당연히 거리감도 있고 서먹한 사람들이 많고 불편한 것도 사실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운동도 같이 하고 목욕탕도 다니면서 말도 많이 하게 되고, 그러면서 친해졌다. 뭐 어느 팀을 가도 다 있는 과정이니까 그런것을 걱정 하고 그러진 않았다.
말이 유난히 없다는 평이 있다. 평소에도 그런지.
조금 내성적이어서 친한 사람 아니면 먼저 못 다가가는 성격이다. 한 번 친해지면 말도 많이 하고 그런 성격이다.
수비수지만 공격적인 성향을 많이 지니고 있다. 고양 전 데뷔 골부터 시작해서 지금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는데.
처음 팀에 왔을 때는 동료가 어떤 장점이 있고 성향을 갖고 있는지 잘 몰라서 어려운 점도 있었는데, 지금은 훈련도 같이 하면서 " 이 선수는 발에 맞춰주는 걸 좋아하는구나. 이 선수는 공간으로 넣어주는 걸 좋아하는 구나 " 하는 걸 깨달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발도 맞고 공격도 풀리는 것 같다.
아마도 후반기에 골포스트를 가장 많이 맞춘 선수이지 않을까.
사실 어릴 적, 초등학교 때부터 징크스였다. 이상하게 골대를 맞는다, 항상. 주변에 지인들이 장난으로 " 제사 한번 지내라 " 고도 하시고, 아버지는 전화하셔서 골대 맞추는 것은 기술자라고도 말씀하시고 그런다. 근데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생각한다. 스트레스 받는 것은 없다. 조금이라도 내가 부족하니까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포천 전은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 다 이긴 경기를 놓친 기분일 것 같다.
꼭 이겼어야 하는 경기였고, 독보적으로 1위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가름하는 경기였는데, 2-0 됐을 때, " 이겼구나 "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데, 10분이라는 시간이 남았었는데. 차라리 1-0이었다면 긴장하고 이길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팀 분위기는 어떤가.
다들 아쉬워했고, 솔직히 분위기가 약간 침체되어 있지만, (박)문기 형이나 선배들이 " 아직 경기가 남아있으니까 잘 준비 하자 " 고 말하면서 좀 나아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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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킥이 뛰어나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한 장점과 또 상대적으로 조금 부족한 점도 있겠다.
초등학교 때 처음 축구를 시작하면서 그때 선생님이 킥이라든지 패스, 그런 기본기를 중시하셨던 분이셨다. 그때 열심히 했던 게 지금 효과를 보는 것도 같다. 처음 배울 때 잘 배운 거 같다. 상대적으로 단점은 윙백은 공격도 잘하고, 수비도 잘해야 하는 포지션인데 어릴 적부터 공격수를 봐와서 수비력이 약간 부족한 것 같다. 고등학교 때 감독 선생님의 권유로 포지션을 바꿔 왔는데, 아직까지 공격적인 면으로 치중하는 게 남아 있는 것 같다. 감정조절이 좀 안되는 것도 있고.
홈경기마다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친형은 아니지만 친형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그런 분이 인천에 살고 계신다. 거의 가족이나 다름없는 분이신데, 형수님도 계시고 아이들도 있는 가족이다. 아까 말했던 그 친한 형인데, 숙소에 있는 시간보다 그 형 댁에 있는 시간이 더 많다. 항상 응원해주고 내가 축구를 그만두려고 했을 때도 다독거려 주고, 나에게는 가족 같은 그런 은인이다. 그리고 그 형님 딸이 고양 전에서 경기 에스코트를 했었는데 그 경기에서 골을 넣었다.
과묵한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처음에만 그렇지. 낯을 좀 가려서.(웃음) 친해지거나 얘기를 나누기 시작하면 말을 많이 한다. 대화 나누는 것도 좋아하고.
올 시즌 부산 아이파크와 울산 미포조선이 맞붙은 FA컵 경기에서도 출전했다고 들었다.
그때 대부분 리그 경기 때 그렇게 많이 출장을 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경기에 나섰다. 당시 미포조선 감독님도 바뀌고 팀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그래서 리그 성적이 너무 안 좋았다. 그런데 그 선수들이 오히려 " 한번 해보자 " 하는 마음으로 경기를 했다. 뭐 많이 밀리긴 했지만 전반전은 0-0으로 마치고 한 명 퇴장 당했는데도 2-3으로 졌다. " 아, 프로는 다르구나! " 하는 것은 전혀 느끼지 못했고.(웃음) 조직적인 부분에서 조금만 더 완성된다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부천도 내년 FA컵 진출이 확실시 되어가고 있는데, K3라고 전혀 주눅 들 필요 없이, 하던 대로만 하면 충분히 좋은 성적 거둘 수 있을 것 같다.
전반기 한석진-김제진이 지켰던 좌우라인에 현재 조현호와 당신이 가세하면서 막판 주전 경쟁이 뜨거워졌다. 어떻게 보나. 전반기의 두 사람과 비교해 봤을 때 지금의 좌우라인은.
내 생각에 지금 내가 그 선수들보다 실력이 월등해서 경기에 나간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후반기 때, 성적이 좋다보니까 코칭 스탭에서 큰 변화를 주지 않는 것 같다. 만약 내가 경기에 나갔을 때 성적이 나빴다면 지금 못 뛰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주전 경쟁에 대한 욕심이 많을 것 같다.
이제까지 10년 넘게 축구를 하면서 벤치생활, 2군 생활, 1군 생활 다 해봤는데, 게임 뛸 때는 모른다. 뒤에 2군이나 벤치에 있으면 경기장에 들어가는 게 얼마나 대단하고 감사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미포조선에 있을 때도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그때도 " 아, 정말 경기를 뛰고 싶다. 기회를 얻고 싶다 "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부천에도 많은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 경기에 뛴다고 자만하지 않고 앞으로도 그저 열심히 할 생각이다.
올 시즌도 이제 끝을 보이고 있다. 아쉽지만 저번 경기의 여파인지, 아직은 리그 우승의 향방은 예측할 수 없는데.
모든 선수들이 정말 모두 리그 우승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꼭 우승을 한다기 보다는 남은 한 경기, 한 경기를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경기로 잘해야겠다는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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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현재 부천에서의 생활에 만족하나.
솔직히 어떤 팀이든 장점이랑 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장점은 처음 여기 와서 놀란 게 "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 할 정도로 서포터즈에 놀랐다. K3지만 정말 자기 팀에 대한 애정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경기장에서 정말 힘들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서포터즈가 힘이 돼줬다. 구단 프런트나 운영하시는 분들도 가족 같이 대해주시고, 이런 팀들이 많이 생기면서 승강제도 되고 해야 한국축구도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단점은 이러한 분위기에서 솔직히 계속 운동하고 싶지만, 나이가 있다 보니까 정해진 봉급도 없고, 훈련량도 내가 축구를 계속한다는 전제 하에서는 약간 못 미치는 면도 있다. 그래도 부천FC는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조만간 이러한 단점들이 고쳐질 것이라 생각한다.
축구 선수 강우람로서 꿈이 있을 거다. 선수생활하는 동안의 목표라든지.
어릴 때야 멋모르고 국가대표를 꿈꿨었는데, 지금 많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군대도 해결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되든 안 되든 상위리그에 도전 해볼까, 아니면 빨리 다른 길로 들어서 볼까, 갈등하고 있는 시기다. 그렇기 때문에 목표를 말하기는 조금 무리인 것 같다.(웃음)
마지막으로 부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
많은 분들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응원을 보내주시는데, 나도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부천FC는 더 나아지고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팀이라고 항상 믿고 있다. 서포터즈 분들도 항상 그런 마음 가지고 계셨으면 좋겠다. 팀이 질 때도 있고 안 좋은 모습 보여줄 때도 있을 텐데, 그럴 때도 격려해주시고, 항상 부천을 " 자신의 팀 " 이라고 생각해 주시면서 운동장도 좀 더 많이 찾아주시고 성원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글 / 부천FC 1995 미디어 이현민 smartguy22@hanmail.net
사진 / 최대성
- " Come Together Bucheon " 부천FC 1995 http://www.bfc1995.com -
※ 부천 FC 1995 홈경기 안내 : 10월 31일 토요일 오후 7시 부천종합운동장 2009다음 K3리그 31라운드 ! 부천FC 1995 vs. 서울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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