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사람들이 같은 목표를 갖고 의기투합하는 경우, 흔히들 " 한 배를 탔다 " 라고 표현한다. 바다에 나간 배는 종종 잦은 풍랑과 고초를 피할 수 없는데, 이럴 때마다 베테랑 선원들이 풍부한 경험으로 큰 역할을 하곤 한다. 그렇다면 팀의 어린 선수들을 격려하고 자신보단 조금은 팀을 더 생각할 줄 아는 오경은은 " 부천FC호 " 의 조타수 쯤 되지 않을까. 젊은 친구들과의 생활에 즐거워하지만 경쟁에서는 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관리를 멈추지 않는 서른 일곱의 열정은 분명 지금 " 부천FC호 " 를 더 단단히 묶어주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자기 소개 좀 해 달라.

안녕하십니까. 부천FC 골키퍼 오경은입니다.


올 해 후반기에 부천에 오게 되었는데 어떻게 오게 된 것인가.

부천FC가 시흥시 대표와 연습 경기가 있었다. 경기 후에 감독님이 와서 같이 해 볼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셨는데, 처음에는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거절아닌 거절을 했다. 두 번째 연습 경기 후에도 또 말씀을 하시기에 한 달 정도 고민을 하다가 " 한번 해보자 " 하고 도전을 하게 됐다.


올해 나이가 37살이다. 늦은 나이에 다시 K3에 올 때 마음가짐이 남달랐을 법도 하다.

처음에 제의를 받았을 때 가장 고민을 한 게 그 부분이다. 나이 차이가 적게 나는 선수들도 열 살 차이 정도고 더 나면 거의 조카 뻘이다. 처음에 왔을 때 역시나 젊은 친구들이 나한테 다가오기를 힘들어 하더라. 그래서 " 내가 먼저 다가가야겠다. " 하는 생각을 갖고 호칭도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고 친근감 있게 대하니까 지금은 많이 융화가 됐다. 나도 젊어진 것 같고.(웃음)

그렇지만 아무래도 젊은 선수들이랑 같이 지내다보면 세대 차이를 느낄 때는 있겠다.

처음에 많이 느꼈다. 일단 사용하는 용어부터 틀리니까, 처음에 와서는 " 얘들이 지금 무슨 얘길 하나. " (웃음) 잘 이해도 안가고 요즘 애들은 너무 자기 개성이 뚜렷하니까 내가 운동할 때하고는 또 많이 다르더라. 게임 못 뛰고 하면 자존심이 강해서 불만도 있고, 내가 또 제일 큰 형이니까 그런 걸 다독거리려고 한다. 그래서 " 기부천사 " 라고 불린다. 목욕탕 같은데 가면 음료수 같은 걸 다 사주니까. 수당보다 더 나간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웃음)


그렇다면 평소에는 어떻게 지내나.

평소에는 건축 자재 영업을 다닌다. 낮에는 많이 돌아다니다가 저녁에만 시간 짬짬이 내서 운동하고 그런다.


K3는 훈련량이 적어 선수들이 체력부담을 느끼기 마련인데, 골키퍼지만 적지 않은 나이니 만큼 본인만의 자기관리 방법이 있겠다.

술을 절대 안 먹는다. 영업을 하는데도 접대가 있으면 항상 점심시간에 잡는다. 술을 먹지 않기 위해서다. 대신 점심을 거하게 사지.(웃음) 술을 안 먹으니까 이 나이에도 그나마 이 정도 체력을 유지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인터뷰에서 함민석이 특히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팀 내 최고령인만큼 선수들 간의 조화에 특히 신경 쓰는 것 같다.

솔직히 나이가 있지만 나도 게임을 뛰고 싶은 맘이 많다. 애초에 게임도 못 뛰고 후보로 있을 거였으면 올 생각도 안했다. 물론 그 때는 (차)기석이가 오는 게 결정이 안 되었을 때다. (차)기석이는 TV에서도 많이 보고 워낙 뛰어나니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것 아닌가. 원래 (박)정태랑 (허)유승이도 있지 않았나. 나도 (박)정태랑 (허)유승이 나이였으면 안 나왔을 수도 있다. 젊은 혈기가 있으니까. 처음에는 자존심도 상하고 그래서 나올까 말까, 고민도 많이 했다. (차)기석이는 애가 참 싹싹하고 괜찮더라. 그래서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 나 (이)운재랑 친구니까 형이라고 부르라고. " (박)정태하고도 처음에는 한 달 동안 대화를 해본 적이 없다. 처음에는 나를 경계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좀 있다 내가 먼저 대화를 시도했다. 골키퍼 장갑도 선물해주고, 제일 먼저 살갑게 대해준 것은 (박)문기였다. 4주 훈련 다녀와서 처음에는 선생님이라고 부르다가 내가 뭘 선생님이냐고 형이라고 부르라고 해서 그때부터 가까워지고 그 후에 (함)민석이와도 친해지고 그렇게 된거다.

솔직히 현재 차기석이 팀 내 주전 GK의 입지를 굳혔다고 볼 수 있다. 조금은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인데, 불만은 없나. GK는 교체도 잘 안되는데.

(차)기석이가 게임을 뛰는 것에 대해서는 불만은 없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거니까, 뭐 그렇다고 내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하고 실력이 월등히 차이나는 팀하고 할 때는 " 게임을 뛰었으면 좋겠다 " 하는 마음도 있다. (차)기석이가 언제 부상을 당할지도 모르고, 나 같은 경우는 항상 감각을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어쩌다 한 번 들어가면 정말 나도 정신이 없다. 경기의 흐름이라는 게 있기 마련인데 굳이 내 욕심 때문이 아니라 그게 팀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만은 없다. 코칭스태프에게도 나는 " 젊은 애들하고 뛰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 라고 말했다.

내년 FA컵을 나간다고 가정했을 때, 골키퍼도 전력보강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자신만의 경쟁력이나 장점이 있을 것 같다.

우선 난 예전에 FA컵을 많이 나가봤다. 스물 아홉, 서른 이때, 아마추어 클럽 팀에서 전국 1위도 많이 해보고 해서 경험도 있고 해서 FA컵이라고 딱히 긴장되거나 그러진 않는다. 그리고 지금 FA컵을 미리 내다보는 것 보다는 앞으로 3게임이 남았지 않나. 앞으로의 경기에 따라서 우승을 할 수도, FA컵을 못 나갈 수도 있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벌써 내년 FA컵을 논하기에는 좀 이르다고 생각한다.


지난 서울 전을 생각해보자, 포천과 삼척. 연이어 두 경기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두었는데, 굉장히 짜릿한 경기였다. 이로써 우승에 대한 희망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는데.

팀 분위기는 지금 좋다. 분위기는 다 좋은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다들 어리다보니까 " 왜 나는 게임 안 뛰게 해줘? " 하는 생각이 조금씩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뭐 나야 나이도 있고 팀이 이기는 것에 만족하지만 아직 어린 친구들이 있어서 그런 면도 있는 것 같다. 하긴 나도 예전에 (이)운재랑 운동할 때는 그랬다. 매일 벤치에서 " 골 먹어라 " 하고 빌고 그랬다.(웃음) 그래도 지금은 이제 앞으로 3 경기 밖에 안 남아서 모두들 하나 되어 열심히 하려고 한다.

지금 현재 부천에서의 생활에 만족하나.

만족한다. 그러니까 여기 있지. 안 그러면 안 나왔지. (웃음)

그렇다면 부천이 당신의 마지막 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어떤가.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가.

시흥시 팀한테도 " 내년에 시흥에서 K3 팀 만든다고 해도 안 간다 " 고 했다. 여기서 나 쫓아내지 않는 한 부천에 남아있겠다고 했다.(웃음) 부천FC 좋아한다. 젊은 애들이랑 어울리는 것도 좋고, 용인에는 내 또래가 많다고 들었는데, 부천에는 내가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가능하면 계속 있고 싶다. 지금은 다 좋다.

올 시즌도 이제 끝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부천에서의 당신은 이제 막 시작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내년을 대비하는 마음가짐은 어떤가.

제일 큰 형으로서 팀이 좋은 분위기를 유지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거고, 아직 운동을 오래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많으니까 어서 부천이 내셔널리그로 올라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을 오랫동안 지켜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내년에 많은 경기에 출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많은 욕심은 버리고, 뒤에서 받쳐 주면서 골키퍼 후배들이 오면 또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런 게 목표라면 목표다.

오경은에게 축구란 무엇인가.

아내가 기독교 신자다. 그런데 교회는 일요일 날 가지 않나. 그래서 내가 결혼할 때 조건을 내걸었다. " 일요일에는 내 시간을 뺐지 말라고. " 예전에는 일요일에 아침 6시에 나가서 저녁 12시에 들어왔다. 축구하느라. 사실 내가 결혼을 좀 일찍 했는데, 결혼이 아니었다면 다시 축구를 도전해 보려고 했다. 고등학교 은사님이 국가대표 기성용의 아버지인 기영옥 선생님이셨다. 스물 네 살 때 운동을 다시 하려고 했는데 지금의 아내가 반대를 해서, 결국 못했다. 그때 막 중국 프로리그가 만들어 질 때라 감독님이 보내주신다고 했는데, 결국 아내 뜻을 따르게 됐다. 그것 때문인지 지금까지 일요일 날 축구하는 것은 뭐라고 안한다.(웃음) 실 난 결혼식 당일 날도 축구를 하고 결혼식장에 들어갔다. 결혼 당일 날 아마추어 대회 4강전이 있었는데 결혼식이 3시였고, 시합이 1시에 끝나서 부랴부랴 씻고 결혼식장에 들어갔다.(웃음) 못 믿을 수도 있지만 사실이다. 그만큼 축구에 미쳐있다. 어디 가서도 " 축구는 정말 나의 삶이다. " 라고 말할 수 있다. 축구를 하고 진짜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집에 가면 TV로 또 축구를 본다.


마지막으로 부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5월 5일 날 처음으로 감독님을 만나러 왔을 때, 그때가 경주시민구단과의 홈경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 서포터즈들도 처음 보고, 부천FC 게임도 처음 봤고, 관중석에서 지켜봤는데 응원하는 열정이 대단하더라. " 이런 서포터즈가 있는 팀이면 진짜 멋진 팀이겠구나. "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좋아보였다. 실제 그 선수들과 생활해보고 서포터즈들과도 부딪혀보고,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아직 서포터즈나 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 선수들이 어리다는 거다. " 그걸 팬 분들이 조금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물론 팬들이 맘에 안 드는 것을 얘기할 수도 있는 거고 선수들도 그런 것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실제 게임을 뛰다 보면 정신도 없고 흥분해서 본의가 아닌데도 선수들이 조금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때도 있다. 야유보다는 칭찬을 해주시면 더 잘 뛸텐데 말이다.

실제로 이번 서울 전에서는 우리 선수들은 양 쪽에서 욕을 먹었다. 상대팀 서포터즈들은 우리에게 야유하고 우리 서포터즈들도 맘에 안 드시는 게 많았던지 우리에게 야유를 보내고 하더라. 그렇지만 그래도 우리 편이니까 조금은 감싸주고 이해해주신다면 어린 친구들이 더 힘을 내서 열심히 뛸 거라고 생각한다. 맘에 안 드시는 부분이 있더라도 좀 더 화이팅하라고 격려해주셨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원정 때도 와주시는 팬 분들께 진짜 감사하고 시간되면 술이라도 대접해드리고 싶다.(웃음) 아기 데리고 오시는 아주머니는 진짜 깜짝 놀랐다. 정말 대단한 열정 아니면 올 수가 없다. 그런 것은 정말 감사하다. 요즘에는 신종 플루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서포터즈들도 조금 줄은 것 같은데, 올해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남기고 싶고 또 앞으로도 부천FC가 더 발전했으면 좋겠고 항상 감사하다. 앞으로 더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글 / 부천FC 1995 미디어 이현민 smartguy22@hanmail.net

사진 / 최대성

- " Come Together Bucheon " 부천FC 1995 http://www.bfc1995.com -

※ 부천 FC 1995 홈경기 안내 : 11월 21일 토요일 오후 7시 부천종합운동장 2009다음 K3리그 33라운드 ! 부천FC 1995 vs. 양주시민축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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