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U-17 아시아청소년대회 MVP, 2005년 20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 수문장, PSV 아인트호벤 훈련 캠프 합류, 화려한 프로 입단, 꽃미남 골키퍼, 제2의 이운재, 지병으로 인해 날개가 꺾인 불운의 선수, 그러나 결국 시련을 이겨낸 인간 승리 드라마의 주인공.
당신이 아는 차기석은 누구인가. 아마도 당신 역시 앞에 나열한 화려하지만 씁쓸한 수식어 중 하나를 고르리라. 하지만 당신이 지금까지 무엇을 어떻게 알았든 차기석은 자신을 지금 부천FC 1995의 골키퍼라고 밝힌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이 잊혀진 유망주로 혹은 불운의 골키퍼로 기억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원치 않는 인간 승리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포장되는 것 또한 거부한다. 실제의 그는 그저 자신이 축구 본연의 것으로 평가받길 원하는, 이제야 축구의 참 재미를 깨달았다며 즐거워하는 청년이었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축구할 때가 가장 즐겁다는 차기석. 즐거워하는 그를 보는 일이 어찌 즐겁지 아니할까.
반갑다. 많은 팬들이 당신을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부천FC 1995에서 뛰고 있는 차기석입니다. 이것 말고는 달리 소개할 게 없다.(웃음)
지금은 어디서 생활하고 있나. 지금? 서울이다 .
가족이랑 같이 살고 있나. 아니다. 가족은 포항에 있고 혼자 생활하고 있다.
팀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적응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그런 건 없다. 고등학교 친구인 (한)석진이랑 전남에 있을 때 같이 뛰던 (김)태륭이형, (박)문기형 다른 형들도 다 잘해준다. 그런 건 없다.
지난 전반기까지는 경주 시민구단에서 뛰어온 걸로 알고 있다. 전반기에는 경주의 순위가 오히려 부천보다 좋았는데, 부천으로의 이적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1위였다.(웃음) 원래 전반기에 경주로 가기 전에는 (한)석진이가 계속 그랬다. 부천으로 오라고. (웃음) 그때는 그런 마음이 없다가 경주로 가게 됐는데, 후반기 때는 친구도 있고 그러니까 '부천으로 가야겠다' 하는 마음도 들었고 그리고 가장 중요했던 것은 워낙 서포터즈들이 많다고 들었기 때문에 축구를 하는 게 재밌을 것 같았다. 재밌을 것 같고 좋은 분위기에서 축구하고 싶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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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에 부천과의 경기를 기억하는지. 당시 어린이 날을 맞아 많은 관중들이 부천 종합운동장을 찾아주셨지만 당신의 선방에 우리는 0 대2로 무릎을 꿇었다. 부천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 그때 내가 어시스트도 했다. (웃음) 관중도 많았고 열기 같은 게 내가 경기를 하면서도 내내 느껴졌다. 서포터즈 분들이나 관중 분들. 프런트도 그렇고 다들 승패도 중요하지만 좀 더 축구를 즐겁게 하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 보면 경주에서는 좀 더 승패에 신경썼던 것 같다.
당시 후반 막판, 김태륭의 위협적인 프리킥도 당신의 손을 벗어나진 못했는데. 상대팀으로서의 부천FC의 경기력은 어떻게 보았나. 이곳에 와서 붙여진 별명이 있다. '(김)태륭이형 잡는 킬러'라고.(웃음) 이상하게 (김)태륭이형이 차는 슛은 잘 막는다. 팀으로서는 그때도 괜찮은 팀이었다. 그냥 운이 좋았었다.
기사를 보니 고등학교 선배인 김태륭에게 팀에 대해 문의를 했다고 하는데, 진짜인지, 한석진은 본인과의 친분을 과시했는데. 사실 (한)석진이랑 이야기를 먼저 한 거다. 그리고 마음을 정하고 자세한 부분을 이제 (김)태륭이형과 (박)문기형이랑 얘기하게 됐다.
그렇게 밖에서 본 부천과 막상 팀에 들어오니 실제 부천은 어땠나. 많은 차이가 있는지. 분위기도 좋고 선수들끼리 하고자 하는 의지도 좋고 경기장까지 좋고, 다 좋은 것 같다.
부천 팬을 비롯한 많은 축구 팬들이 당신의 부천 합류를 반겼다. 하지만 당신의 몸 상태에 대해서 걱정하고 궁금해 하는 팬들도 많은데, 어떤가. 시즌을 무리 없이 소화할 만한 상태인지. 내가 여러 가지 훈련이나 경기를 소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결정을 내린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는 문제가 없다.
당신의 합류 덕분인지 몰라도 부천은 무패행진을 계속하며 현재 리그 2위까지 치솟았다. 당신 덕분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지. 안 들면 사람이 아니다.(웃음) '역시 나구나' 내 개인적으로는 이런 생각을 할때도 있다.(웃음)장난이고 지금은 2위지만 앞으로 열 경기 정도 남은 것으로 아는데, 최후에 웃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11월 28일 경기가 끝나고 우승을 할 지 잘모르겠지만 매 경기마다 모두가 중요하다. 그런 마음가짐을 유지하려고 노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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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 광주 광산보다 한 경기 더 치른 상황에서 승점 2점이 모자란다. 리그 우승이 가능할 것 같은가. 팀 선배들이랑 이야기를 할 때도 항상 이야기가 나오지만, 물론 우승이 가장 큰 목표다. 하지만 우리가 우승을 위해서 매일 같이 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 눈앞에 놓여있는 한 경기, 한 경기를 우리들끼리 마음 뭉쳐서 열심히 하다보면 성적이야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위를 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제일 중요한 것은 하고자 하는 선수들의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나는 무엇보다 5위 안에 들어서 FA컵을 나가고 싶다. K3리그에서 뛰며 생긴 내 제일 큰 목표는 FA컵을 나가 프로팀이나 내셔널리그 팀이랑 붙을 수 있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이미 프로팀에서 많은 큰 경기를 치러 봤지 않나. 말 그대로 K리그, 내셔널리그, K3리그. K3는 세 번째이지 않나. 이 팀을 이끌고 선수들이 다 같이 뭉쳐서 실업팀, 프로팀이랑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싶다. 그게 부천에서의 목표다.
지금까지는 그 목표가 가능할 것 같나. 물론이다.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당신의 합류는 많은 부천 팬들에게 정말 큰 기쁨이었다. 하지만 지난 2년 여 동안 많은 선수들이 부천종합운동장을 스쳐 지나갔는데, 당신은 언제까지 우리의 골문을 지켜 줄 생각인가. 내 생각은 부천이 내셔널리그로 갈 수도 있고, 듣기로는 부천의 목표가 K리그라고 들었다. 그때까지 물론 너무나 함께하고 싶지만, 그 때까지 일단 내 몸이 건강해야 하고, 부모님과 약속을 했다. " 언제든지 몸에 이상이 생기면 그때 거기서 끝이다 " 라고. 물론 아직까지는 괜찮지만. 건강이 뒷받침된다면 나도 항상 함께하고 싶다.
지난 이천과의 경기는 사실 경기 내용 상 조금 밀린 감이 없지 않았고, 당신이 지키고 있는 골문에 3실점이나 하는 등 쉽지 않았던 경기였던 것 같다. 어찌 보면 무승부가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고 느낄 정도로. 본인은 어땠는지. 두 번째 골 먹고, 나를 봤나? 너무 화가 나서 골대를 발로 차버렸다. 물론 골을 안 먹으면 당연 좋다. 하지만 사람이니라 저 큰 골대를 지키며 골을 안 먹을 수는 없다. 그 날 따라 골이 너무 쉽게 쉽게 들어갔다. 그게 너무 화가 나서 아무하고도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날이 있다. " 아, 이건 골 먹히겠다 " 생각을 해도 공격수가 도와주는 경우도 있고, 진짜 어떻게 해도 골을 먹히는 날도 있고, 저번처럼 계속 쉽게 먹히는 날도 있고, 그 날은 내가 봤을 때 우리뿐만 아니라 이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러니까 기회마다 한번 더 누가 집중해서 잘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렸었던 것 같은데, 그런 집중력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사실 당신이 그동안 뛰었던 무대에 비해 K3는 조금은 낮고 좁은 무대일 수 있다. 그래서 축구 팬들은 당신이 K3에 있다는 사실을 의아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도 느꼈다시피 선수들의 마음가짐은 어느 프로선수들 못지않게 진지하다. 당신은 어떤가. 솔직히 말해 처음에 내가 K3에 대해 '훈련이 많지 않고 리그 주말에 한 번씩 리그 경기를 치른다' 식으로 들었다. 축구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훈련을 보다도 경기라고 생각한다. 매일 훈련만 해서는 좋은 선수가 될 수 없다. 결국 훈련은 경기를 위해서 존재하는 거 아닌가. 사실 내가 아프면서 참 오랫동안 경기에 못 나갔다. 그래서 마음 한 구석에 어떤 '한' 같은 게 있었다. 그래서 경주로 가게 됐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얕봤다. " 아 이거 뭐 대충 대충 해도 되겠지 " 이런 마음으로 임했는데, 경기장으로 들어간 순간 느꼈다. 아직 축구에 대한 열정이 있다는 걸. 정말 경기에 나가니까 그런 마음이 1%도 남지 않고 없어졌다. 물론 축구가 한 사람의 힘으로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 맨 마지막을 지키는 사람 아닌가. 나머지 열 명의 선수들은 이 넓은 운동장에서 정말 열심히 뛰는데 내가 대충 건성으로 해서 골을 먹고 지게 된다면, 그건 정말 아니지 않은가. 정말 한 경기, 한 경기를 치를 때마다 재밌었던 것이 나도 모르게 계속 축구 생각을 하고, 운동도 하고 그렇게 되더라. 그러면서 제일 중요한 걸 느낀 게 " 이제 내가 축구를 즐기는 구나 " 하고 생각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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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팀이나 고등학교 때는 " 내가 얘보다 잘 해야 돼, 그래서 나는 대학에 가야돼, 프로 팀에 가야 돼 " 이런 목적으로 뛰게 된다. 내가 볼 때 학창 시절에 축구를 즐기는 사람은 백이면 한 명도 없을 것 같다.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경기를 못하면 게임도 못 뛰고, 혼나고 그러지 않나. 그런데 K3 오게 되면서 이제 축구를 즐길 줄 아는 마음이 생기니까 너무 즐거운 거다. 물론 당연히 골키퍼니까 골을 먹게 되면 정말 기분이 나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이제 축구를 한다는 그 자체를 즐기게 됐다. 그러니 프로에서 선수생활을 할 때보다 내가 하지 못했던 것을 즐기면서 하니까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이것 저것 해보고 하니, 경기를 하면서 예전보다 몸 상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경기 운영이나 이런 것들은 지금이 더 좋은 것 같다. 축구를 즐길 수 있다는 게 고마운 것 같다. 예전에는 그러지 못했으니까.
언론에서는 항상 당신에 대해 " 인간 승리 드라마의 주인공 " 쯤으로 포장하려고 한다. 당신은 어떤가. 그러한 것들이 좋지만은 않을 것도 같은데. 처음에 너무 상처를 받았다. 어떤 기자한테 전화가 왔었다. 'K3에 가냐고' 나는 그때 이미 축구를 그만두겠다고 마음먹었을 때였다. 사실 내가 아프면서 우리 부모님이 가장 힘들어 하셨다. 그걸 내가 내 눈으로 봐왔다. 어느 자식이 부모님께 또 상처를 주고 싶겠나. 그래서 언론에 나가는 것만큼은 너무 싫었다. "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경주에 가게 된다면 우리 가족이나 모든 게 더 편해진 다음에 직접 전화를 드려서 인터뷰를 하겠습니다 " 하고 약속을 했다. 그랬더니 기사를 안 올리겠다더라. 나와 약속을 했다. 물론 계약서를 쓰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람 사이의 신뢰가 있지 않나. 그런데 다음 날 가장 먼저 기사가 올라와 있더라. 그때 내가 어머니 앞에서 가장 많이 울었다. " 정말 힘들다 " 고. 전에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기분이 나쁜데도 그냥 관심이라고 생각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선수 본연의 가치로 평가받고 싶은데, 자꾸 외적인 걸로 괴롭히니 참 고생이 많았겠다. 정말 많이 아팠다. 선수들도 한 명의 사람으로 생각해줬으면 한다. 나도 한 아버지의 아들 아닌가. 선수들의 입장이란것도 생각해줬으면 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당신은 이 곳 부천으로 왔는데, 부천에서의 목표는 무엇인가. 아까 말했던 FA컵 진출인가. 그것도 있고, 내가 아까 서포터즈를 말하지 않았나. 내가 대인기피증은 아닌데, 약간 우울증 같은 것도 있고, 힘들었던 때가 있었으니까. 또 성격도 원래 내성적이다. 그래서 내가 먼저 서포터즈 분들에게 " 안녕하세요 " 라고 말하는 것이 힘들다. 물론 그렇게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아직은 힘들고 어렵다. 서포터즈 분들한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먼저 저한테 말씀을 해주시면 좀 더 편안하게 서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많이 오해 받았던 게 " 쟤는 왜 저렇게 차갑게 하고 가? " 나는 그게 아닌데, 하고 싶은 게 안되는 게 있지 않나. 사람 성격이라는 게. 원래 남들 앞에 나서는 걸 싫어한다. 그냥 주어진 일을 하고, 정말 하고 싶은데 못 할 때가 많다. 그러니 팬 분들이 그런 걸 조금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그래서 부천 올 때 그걸 다짐했었다. '서포터즈 분들이랑 친하게 지내야겠다' 라고 말이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또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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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를 보시면 팬 분들이 다 이해해 주실 꺼다. 마지막 질문이다. 참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은데, 결국 차기석에게 축구란 무엇인가. 내가 병원에서 수술을 하기 전에 정말 우울증 말기까지 갔었다. 내가 어머니한테 그랬다. " 두 번 다시는 축구를 보지도 않고 축구에 대한 모든 걸 잊겠다 " 라고.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가 " 어느 날 나도 모르게 축구를 보고 있었다고 하셨다. 그 때 많이 웃고 있었다고 " 그렇게 말씀하시더라. 그때야 알게 됐다. " 이제는 내가 정말 축구가 너무 하고 싶구나 " 이 것 말고도 진짜 정말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내 자신도 있고, 많은 사람들한테 희망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미니홈피가 있는데 한 번은 어떤 분이 쪽지로 그러시더라. 자기도 신장이식을 했는데, " 몸이 정말 힘들다 " 라고. 그런데 내가 힘든 거 여러 가지 이겨내고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보니까 당신이 나이가 많으신 데도 정말 본인이 잘못됐구나, 반성이 정말 많이 되었다고, 희망이 되었다고. 그런 말을 들으니, 물론 내가 있어야 남들이 있는 거지만 그런 면에서는 남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은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축구가 제일 좋다. 할 게 없어서 축구를 하는 게 아니고, 축구를 하니까 다른 게 하기 싫은 거다. 축구를 할 때만큼은 가장 마음이 편하고 내가 가장 많이 웃을 수 있고 가장 즐거우니까. 그러니까 축구를 하는 거다. '할 게 없어서 축구를 한다' 이건 아닌 것 같다. 내가 축구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글 / 부천FC 1995 미디어 이현민 smartguy22@hanmail.net
사진 / 이태후, 정재영, 최대성
- " Come Together Bucheon " 부천FC 1995 http://www.bfc1995.com -
※ 부천 FC 1995 홈경기 안내 : 9월 19일 토요일 오후 7시 부천종합운동장 2009다음 K3리그 26라운드 ! 부천FC 1995 vs. 경주시민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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